올해들어 계속 되었던 영적 슬럼프. 1,2월엔 숨막히게 바쁘다는 핑계로 풍삶기를 하면서도 하나님을 놓치고 지냈고, 그게 계속 이어져 구원의 기쁨과 감격을 잃은 채, 기본적인 십자가의 진리마저 의심을 하고, 하나님의 임재는 전혀 느끼지 못한 채, 아무런 감흥없이 교회만 왔다갔다 하길 두세달.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전혀 없는 반역한 내 마음 상태를 보며, 답답해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아무런 할말도 없고, 그저 하나님의 긍휼만을 구하며, 살기위해 선택했던 예배와 혼자가 되더라도 살아남기 위한 준비로 수강한 훈련프로그램들.
그렇게 꾸역꾸역 참석하는 예배와 훈련을 통해 하나님은 역시나 날 가만 내버려 두지 않으시고 서서히 회복시켜가셨다. 여전히 감흥이 없긴 마찬가지지만^^;
나는 하나님을 잊고 지낼 때가 대부분이지만, 하나님 아버지는 나랑 얼마나 친해지고 싶어하시는지, 얼마나 더 깊은 관계를 맺고 싶어하시는지, 하나님의 의를 누리고, 당신을 알길 얼마나 원하시는지... 요즘들어 그 마음을 조금은, 아주 조금은 알 듯 하다.
몇일 전 오랜만에 만난 대학 친구들이 회사일에 치여 죽을 맛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난 나의 상황에 감사한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나도 다른 친구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살기도 하고, 연약한 인간이기에 때론 이리비틀 저리비틀 넘어지고 무너지지만, 그러나 다시 일어설 수 있고,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 어느덧 예전과는 달라졌으며, 어느 정도 중심이 잡혀간다는 느낌?
비록 내가 가야할 길이 뭔지, 나의 사명과 비전이 뭔지 몰라 헤매며, 도피에 가깝게 한국을 떠날 궁리를 하고 있지만, 삐리리에 합격하든 불합격하든, 남미로 가든 동남아로 가든, 여행을 가든 계속 회사에 남아있든, 어떻게든 가장 선한 길로 인도하시리란 믿음. 인생의 중요한 이 때에 나의 주님이 나에게 뭐라 하시는지 듣고자 하며, 나의 만족과 유익을 위한 내 의지가 아닌, 어떤 방향으로 가게 되든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며 그 일들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낼 수 있기만을 바랄 뿐.
가끔 흔들리긴 하지만 그 가운데 뽑히지않고 굳건히 중심을 잡고 있는 견고한 뿌리.
성령님과 더불어 든든히 굳건히 의연하게 꿋꿋하게 이 길을 걸어가게 하심에 감사를 드린다.